4월 강원도에 ‘집단 자살 공포’가 엄습했다. 보름간 다섯 차례에 걸쳐 남녀 21명이 동반 자살을 시도했고, 이 중 12명이 숨졌다. 이들 자살 사건엔 자살 카페 ‘suicide04’의 회원이거나 한때 회원이었던 사람이 한두 명씩 끼어 있었다. 경찰은 올 3월 한 포털 사이트에 ‘suicide04’를 개설해 운영해 온 정모(21)씨를 자살 방조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했다. 구속되기 전인 27·28일 이틀간, 정씨를 만났다. 경남 합천의 한 허름한 농가. 마당에는 녹슨 경운기와 암소 한 마리가 있었다. 할머니 한 명이 텃밭을 가꾸고 있었다. 한 청년이 방 안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큰 키(1m82㎝)에 비쩍 마른 그는 구부정하게 앉아 있었다. 개지 않은 이불, 바랜 벽지, 컵에 수북이 쌓인 담배 꽁초, 널브러진 맥주 페트병, 쓰레기 뭉치가 보였다. 청년은 ‘suicide04’의 개설자다. 앉아만 있어 관절이 좋지 않고, 엉덩이 한쪽에 염증이 있다고 했다. 실핏줄이 보일 정도로 하얀 얼굴은 앳되고 곱상했다. 뿔테 안경 너머의 눈매는 가늘었다.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했다.
" X1 X6 r; E1 F# M -가족이 어떻게 되나.
k) ?3 N4 c# G: m “할머니(78)와 둘이 산다. 동생(고교생)은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6 G! b0 S3 D1 V7 R `$ g
-부모님은 어디 있나.) W" R4 O5 s# e( |" x' d3 m% W9 P0 }
“내가 7세일 때 이혼했다. 그 뒤 할머니·할아버지와 살았다. 할아버지는 3년 전에 돌아가셨다.”
; L& x* m& b P) Q- J3 H; J7 g9 G -고교 1학년 때 자퇴한 뒤 어떻게 지냈나.
4 h* y! L4 n. J( Y. ?1 o “집에만 있었다. 인터넷으로 게임을 하거나 TV·영화를 본다.”
1 J- Q9 N ~7 t6 A' y0 J1 p -주로 어떤 게임과 영화인가.; x: X4 ]& X0 l
“축구 게임을 자주 한다. 영화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같은 공포물을 많이 보는 편이다. 불에 타 죽는 악몽을 꾼다.”
) ^. R; a8 |5 f8 R* W: l) k1 R) H -친구는 없나., X5 x) V( o$ v/ {) X9 |; k+ T
“없다. 아주 가끔 만나는 친구가 하나 있지만….”( S; [) \2 ]9 ~1 O
-suicide04는 왜 만들었나. r5 w3 L' \' |- }& n( y
“죽으려고 만들었다.”
4 g3 @+ X6 _6 M6 ~! m0 A# H -그런데 당신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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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는 25세 여성과 함께 죽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실행에 나서려고 하니까 여자가 ‘너무 두렵다’며 연락을 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