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세기 희망의 생명수를 찾아 - e+ x- |1 d# x
바리공주는 불라국 오귀대왕의 일곱 번째 딸이다. 딸이라는 이유로 버려져 궁 밖에서 자라났지만 10대에 병든 부모와 해후한 뒤 부모를 구하고자 저승과 이승을 넘나들며 고생 끝에 생명수를 구한다.
* x4 R: q9 h8 w* U8 `바리공주 설화는 한국 페미니즘의 중요한 서사로 꼽히지만 작가 황석영(64사진) 씨는 한 소녀의 효심에서 세계를 구원하려는 의지를 보았다. 황 씨의 장편 바리데기는 이 오래된 서사를 21세기의 무대로 끌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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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바리는 공주가 아니다. 그는 함북 청진 항구 사무직원의 일곱 번째 딸로 났다. 아들을 기대한 부모에겐 구박덩이지만 막내딸에게는 영혼이나 귀신 짐승 벙어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바리는 전설의 바리공주처럼 떠돌게 된다. v3 |+ F# U) T) Z,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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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바리의 발걸음을 통해 북한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기근과 홍수로 죽어 가는 사람들, 국경 일대에서 겨우 목숨을 연명하며 살아가는 탈북 주민들, 빚 때문에 밀항선에 올라타고 인신매매단에 성폭력과 학대를 당하는 여성들. 저자가 지금, 돌아보지 않는 우리 집 뒷마당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바리(버려졌다는 뜻)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버려진 곳을 비참한 실상을 고발하면서 작가는 뒷마당에 무뎌진 독자들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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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i# L6 _3 u4 v2 f4 d2 X황 씨의 관심은 탈북 소녀 바리가 떠도는 서사에 더욱 모아진다. 3년째 유럽에 체류 중인 작가는 세계의 화두가 이동과 조화라는 것을 깨닫는다. 민족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섞이고 상생을 모색하는 게 오늘날 세계의 이슈임을 알고, 작가는 중국에서 떠돌던 바리를 영국 런던으로 보낸다. 발마사지업소에 취직해 생계를 이어 가는 바리가 만난 배우자는 파키스탄인 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