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영혼들, 동굴로 숨다
$ U: p( b8 D4 y' e& [2 E문학으로 발언해야 할 사회적 책무도, 간직하거나 분개해야 할 체험이나 기억도 없을 때 소설가는 어떤 이야기를 쓸까? 김미월(30사진) 씨의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문학과지성사)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깊은 문제의식과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아 온 신인이다.
0 F' _" i6 a2 b: J김 씨는 화목한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사회적 고민을 하지 않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시기에 대학을 다녔다. 치열하게 써야 할 무엇이 있었던 게 아니지만, 그는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었다. 서울 동굴 가이드는 그런 김 씨의 첫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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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너클은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화자의 이야기다. 자살한 미혼모의 딸이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살고 있지만, 화자는 롤플레잉게임에 빠져 있을 때만은 심란한 현실을 잊을 수 있다. 표제작 서울 동굴 가이드에서 서울의 인공동굴에서 일하는 화자에게는 어렸을 적 사고로 엄마를 잃은 상처가 있다. 화자가 먹고 자는 고시원의 옆방에선 밤마다 신음소리가 나는데, 알고 보니 비디오에서 나는 소리다. 이뿐 아니다. 부모를 잃은 것도 힘든데 이복동생을 떠맡게 된 종구(해피데이), 성추행하던 이웃집 아저씨를 양부로 맞아들여야 하는 기환(골방) 등 소설의 주인공은 대부분 가족에게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상처뿐인 현실의 도피처로 인공동굴이나 컴퓨터 게임 같은 가짜 현실을 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