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 그대로 시로구나
1 U' r) e) r: h, j5 H0 j마주한 사진작가와 동갑내기란 걸 알고는 고은 시인은 다짜고짜 무조건 지금 당장 서로 말을 놓기요!라고 했다. 사진작가는 고심 끝에 마음을 다잡고 소리 질렀다. 야, 고은아! 그러자 시인은 방 안이 떠나가도록 껄껄 웃어젖혔다. 카메라에 잡힌 시인은 (금주)라고 벽에 턱 붙여 놓고도 다음 날이면 술에 취해 시를 쓰던 사람, 중앙정보부를 안방 드나들듯 하면서도 위축되기는커녕 기가 펄펄 살아 있던 사람이었다. " k' x3 b. ^0 G7 _
서민을 소재로 한 사진 백민 시리즈로 유명한 사진작가 육명심(74) 씨가 사진집 문인의 초상(열음사)을 냈다. 1970년대 미술, 음악, 무용 등 예술가의 사진을 찍는 데 힘을 기울였던 육 씨가 문인 71명의 사진만을 모아 놓은 책이다. 양주동 박목월 서정주 차범석 등 한국문학사를 빛낸 문인들의 얼굴과 사진에 얽힌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작가 당사자들도 보지 못했던 사진으로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것도 많다. $ V! {. N2 @" R- w& p$ p4 t+ b
청록파 시인 박두진을 찾아간 날 예술원에서 연락이 왔다. 예술원 회원으로 추대했으니 집으로 통지가 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시인은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그러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두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앉아 있는 사진 속 박두진 시인은 그야말로 깐깐하고 대쪽같은 인상이다. $ D/ E! ~$ ^+ v/ _2 y% p
\# N: A. |, ^* C/ ]8 Z여성 문인들은 육 씨를 꺼렸다고 한다. 성형외과가 아니라 일반외과 의사처럼 대상을 다뤄서였다. 그런 육 씨가 만난 강은교 시인. 어린 딸과 함께한 엄마 시인은 그야말로 특별할 것 없는 소시민이었다. 강 씨는 물음에 대답만 하는 아주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지만, 사진작가는 시인의 침묵에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겸허한 자세를 확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