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군중을 떠나, 삶의 허무를 껴안는 필의 노래여 ) @2 H! Y& n Y
7 s/ r$ G, B% o1 j김훈은 먼저 글로써 나를 사로잡은 사람이다. 2001년 봄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다. 기자 출신 작가가 썼다는 소설. 칼의 노래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그 작가의 문장에 매혹됐다. 그때부터 그 사람, 김훈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글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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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훈의 조각글부터 인터뷰 기사, 수필집, 소설에 이르기까지 그가 쓴, 혹은 그에 대한 입수 가능한 모든 글을 읽었다. 적게는 서너 번에서 많게는 열 번 이상,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었다. 칼의 노래만 열 번, 이어 나온 장편 현의 노래는 세 번 읽었다. 명화를 들여다보듯이 읽었다. 5 \- Q" | m# z1 y5 _ |3 d- b4 C1 E
- [: H- @! |# f1 d, ]7 R나는 문학에는 문외한이다. 전에 이문열 작가의 소설을 좀 좋아했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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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남녀에게 왜 그 사람이 좋으냐는 질문을 하면 좋아하는 데 무슨 이유가 있느냐는 답이 돌아온다. 왜 김훈인가라고 내게 묻는다면 그냥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에게 중독됐다. 칼의 노래의 냉철하고 간결한 문체도, 기자 시절 문학 기사의 유려한 미문도 똑같이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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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잘생겼다. 그의 외양은 꽉 찬 듯 비어 있고, 단호한 듯 온화하다. 얼핏 보기에는 사람을 밀쳐내는 눈빛이지만 가까이 보면 거역할 수 없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 B; j7 s; O5 D2 L, k2 Y&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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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자리를 같이하다 보면 순식간에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의 말은 망치 같기도 하고 송곳 같기도 하다. 몽롱한 듯 명료하다. 표적 없이 내뱉는 듯하면서도 정곡을 겨누고 있다. 이런 무엇보다도 좌중을 뒤집어 놓는 그의 유머가 나는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