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주를 떠나던 날, 네 커플 스스로도 의외라고 평가했으니. 빠듯한 일정, 뻔한 유적, 낯모르는 이와의 동행. 주최도 여행사가 아니라 유적답사 경험이 전부인 문화단체. 그래서 기대는커녕 오히려 걱정스러웠을 것이다. 노년에 신혼여행이라는 것도 좀 계면쩍고.1 A" x" X7 C2 L
그러나 사흘 후. 여행을 마치고 경주역으로 가는 버스 안은 헤어짐이 아쉽기만 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충남 당진에서 온 손풍운 이병열 씨 부부는 동행 커플에게 우리 집 황토 방이 좋으니 꼭 한번 내려오라고 당부했다. 다른 이들도 서로 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8 l- x' b! X( d$ I7 y% z 사흘간의 여행. 그 반응은 놀라웠다. 첫날 경주역 도착 당시의 어색함. 그런 어정쩡한 분위기는 하루 저녁을 보내고 나니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변화의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부부간에는 새 정이 돋은 듯했다.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모습이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 A* T. @ g6 L( d! }) c 저 멀리 시간의 벽에 갇혀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빛바랜 신혼의 추억. 경주 허리문은 그것을 당시 모습대로 되살려 내기에 더없이 좋은 자극제였다.
@$ U. A. L/ ?2 ?5 E5 M' ]6 n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 기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노년의 삶, 거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런 삶의 청량제가 아닐까 하고. 이제는 자식이나 남이 아니라 나와 내 짝을 삶의 중심에 두고 꾸려가는 그런 삶을 위해." L( a0 S4 K" B; t
사흘간의 외출이 뜻밖의 반응을 얻은 데는 비결이 있었다.- c; `( a/ {2 a' t$ k( a6 T
" d5 A4 ^& ^9 Q. P2 T 첫째는 열린 마음으로 동행한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자세. 이만득(70) 정은선(66) 씨는 42년 전 경주 허니문처럼 매일 옷을 바꿔 입을 만큼 적극적이었다. 신혼여행을 걸러 33년 만의 허니문을 마련한 서울의 지종만(63) 윤호자(60) 씨 부부는 답사여행객 이상으로 진지하게 유적을 답사했다. 금혼(결혼 50주년)을 맞아 참가한 박영래(74) 정수화(71) 씨 부부는 자신들을 이 여행에 참가시키고 경비까지 낸 큰며느리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